“너는 씨발, 어린 놈의 새끼가 어디 주먹을 함부로 쓰고다녀!”
그라믄 아껴뒀다 니 패는데 쓸까.
… 라고 대답하려던 걸 목구멍 안으로 삼킨다. 대신 눈 앞의 시끄러운 남자를 빤히. 그리고 눈알을 굴리며 짦은 한숨을 푹. 이미 흐트러진 교복 넥타이조차 답답하다는 듯 틈 사이로 거친 손가락을 집어넣어 풀어헤치는 것까지. 모두 곽휘의 낡아빠진 버릇이다. 쯧. 신발을 마저 벗고 집 안으로 몸을 밀어넣는다. 우악스레 사내를 밀친 움직임에 대충 어깨에 걸친 가방이 흔들렸다.
이어 휘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차단된 벽 바깥에서 여전히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아비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 신경 쓰이진 않았다. 대충 가방을 내려다놓고 거울 앞에 선다. 딱 봐도 생긴지 얼마 되지도 않은 뺨의 상처가 또렷했다. 뭐, 새삼 다쳐온 걸 몰라준다고 서운한 것은 아니고. 제 다친 걸 당연히 남 패고 왔다 생각하는 것에 속상할 것도 아니고. 그냥 그저, 일말의 인간성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지는 기분이 조금, 아주 조금.
불쾌했을 뿐이다.
“내가 몇 번을 말하노. 니는 그 성질을 좀 죽여야 돼. 적당히 모르는 척도 좀 하고.”
“아, 할매. 아프다. 살살 좀 해라….”
“살살하기는 무슨 살살. 이쁜 짓을 해야 살살하지.”
찰싹. 기어코 할매의 매운 손이 등짝에 닿았다. 스읍, 아파라…. 동네 양아치들에게 다굴을 당해도 이만큼 아프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휘는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면 배구 선수를 하셨어야 돼.
“그래가, 또 느그 애비한테 맞았나.”
“그건 아이고. 저번에 금마들. 내가 누구 도와줬다가 혼자 봉변 당했다 캤다는 그거.”
“… 그러니까, 내가, 적당히 모르는 척 좀, 하라고 했제!”
“아, 할매! 내 아프다! 진짜로 아프다!”
박자에 맞춰 끊어지는 스매싱이 정말로 일품이었다. 휘는 상처를 달고 이리저리 도망을 다녀야했다. 그나마 내가 훨씬 젊어서 다행이지. 할매 미안! 크게 외친 곽휘는 이번에도 제 방 문을 쾅 닫았다. 아오, 아파라…. 등짝에 문을 기대고 미간을 찡그렸다.
이번에도 제 방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좀 더 좁다. 그리고 내 물건이 별로 없다. 하지만 내 추억과 감정들은 훨씬 더 많이 묻어있다. 휘는 한 때 할매에게 등짝 맞아가며 -훨씬 덜 아팠다. 그 때는.- 글자를 공부했던 책상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댔다. 끼익. 낡은 의자에서 소리가 났다.
그 때는 이 집에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예림이도 있었다. 딱 하나, 아빠만 없었던 이 집은 좁은데다 사람도 많았지만 북적거리고 행복했다. 휘는 그것이 가족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엄마가 죽은 후. 아비라는 사람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이제 애를 돌볼 사람이 사라졌으니 다시 키워야 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냐면서. 할머니는 결코 싫다며 반대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은 법이었다. 이미 자식들을 다 키운 할머니가 늙은 몸으로 손주 둘을 키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휘는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그 둘을 말렸다. 나는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할머니는 그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걸 무시했다. 그리고 아비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날 다시 데려가는 대신, 예림이는 할머니 손에 크게 해달라고. 경제적 지원만 해주고 손을 대지 말라고. 그 인간은 어이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지만 내 완고한 의지에 조건을 허락했다. 그게 아마도 6년 전. 내가 11살 때였을거다.
“약을 발라도 따갑네….”
아버지 집에서 사는 삶은 나쁘지 않았다. 집도 크고, 깔끔하고, 학교도 좋고. 딱 한 가지만 빼고. 내 이름에서 엄마의 흔적을 지우라는 거.
그 이야기를 듣는 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고함을 질렀다. 두 눈을 핏대 서게 뜨고 고함를 질렀다. 서로 사랑해서 나를 낳았다면서. 네 성씨 하나 내 성씨 하나 나눠 이름을 지었다면서. 이혼이라는 절차 아래 갈라지고 나서는 그 사랑 마저도 싸그리 사라진건지. 이 흔적마저 도려내려고 하는 그 꼴이 나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나는 그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손찌검을 당했다. 그 입 닥치라고. 여기까지 왔으면 그냥 시키는대로 다 따르기나 하라고. 나는 그 고압적인 말을 내뱉는 표정을 아직까지도 알지 못한다. 그 두꺼운 손에 꺾여 돌려진 고개는 바닥을 향했고, 들 힘 조차 없었기에. 아직도. 그 얼굴을 알지 못한다.
“아 씨, 이건 혼자 바르기도 힘든데. 새끼들이 좆같은 곳만 골라서 ….”
그 날부로, 곽예휘는 곽휘가 되었다.
“휘야! 얼굴이 왜 그래!”
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니가 다쳤냐? 내가 다쳤지. 누가 보면 나 대신 나서서 맞아주기라도 한 줄 알겠다. 제 책상 옆에 쭈그려 앉아 울망한 얼굴로 저를 올려다보며 걱정의 말들을 재잘거리는 주희혁의 모습은 …, 정말 개같았다. 강아지 같다는게 아니라. 진짜 개같이 기분이 나빴다고.
애당초 저를 휘, 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같잖았다. 아예 기존에 살던 것의 흔적도 남기지 않겠다며 아주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긴 아버지를 따라 생판 다른 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됐다. 그러니 그 놈들에게 곽예휘라는 이름은 처음부터 존재치 않고, 오로지 곽휘. 그것만 남아있는 거다. 미운놈이나 고운놈이나 예휘라고 불렀던 중학교 시절과 달리 모든 놈이 좆같은 이름으로 불러대는 고등학교에서, 마음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휘는 제가 더 이상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기지 않았다.
“내가 진짜 다 마음이 아프다. 누가 이랬어? 진짜 말 안 해줄거야?”
아버지와 살게 된 이후로 좆같았던 점 두 번째. 나는 생각보다 그 인간을 많이 닮았다. 어머니를 진절머리 나게했던 욱하는 성질, 적은 말수, 서툰 표현 …. 그런 것들을 죄다 빼닮았다. 이런 나를 어머니가 사랑할 수 있었던게 신기할 정도로.
이런 저주 받은 성격 덕에 걸핏하면 주먹이 나가기 일쑤였다. 제발 좀 참고 넘어가라는 할매의 잔소리가 괜히 나온게 아니다. 좆같이 말하는 놈? 당연히 한 대. 멀쩡한 놈 괴롭히는 새끼? 당연히 두 대. 먼저 선빵 갈기는 놈? 너는 세 대. 허구한 날 주먹부터 날리는게 일상이었다. 딱히 그 행위를 즐기는 건 아니고.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잘 몰랐다.
“흉 지면 안 되는데…, 어떡하면 좋아….”
흉이 지든 말든. 몸이 아작나든 말든. 그런게 다 이제 무슨 소용인가? 나에게 그런건 다 무용했다.
… 폭력을 심하게 당하던 친구를 도와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폭력은 다시 내게로 향했고, 내가 도와줬던 애는 날 외면했다. 그 폭력이 아팠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올바른 마음만으로 이 세상이 굴러가는 것은 아니구나를 느꼈을 뿐.
나에게 이제 가족은 없고, 선은 온전한 원동력이 될 수 없으며, 마음을 지피는 것이라곤 분노일 뿐이라면, 내가 바르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어디있지? “어떻게” 살아야할 지를 고민할 이유가 있나? 그냥 예림이가 피해입지 않도록 허수아비 노릇만 잘 하면 되지.
“안 되겠다, 내가 도와줄게.”
“… 뭐?”
“내가 도와준다고. 혼자 하긴 힘들잖아.”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지. 그 때 나는 멍청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갑자기 뭘 도와준다는거야. 나에 대해 뭘 안 다고. 싫다는 듯 잡힌 손을 빼내는데도 기어코 내 팔을 잡는 손길이 있었다. 아니, 힘은 또 왜 이렇게 센데. 황당함에 더 힘을 주려는 찰나. 이전까지 낑낑대던 표정만 짓던 놈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앞으로, 너 안 다치게 평생 지켜줄게.”
꼭 소중한 사람에게 고백이라도 하듯 뱉는 그 말에 설레였던 건 아니다. 내가 저 놈에게 연심를 가진 건 당연히 아니니까. 뭐, 새삼 나 한 번 위로해줬다고 벅찰 것도 아니고. 이런 위로가 평생 갈 거라고 믿을만큼 순진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저, 쉽게 평생을 약속한 저 놈이 내 앞에 보여줄 미래가 조금, 아주 조금.
기대 되었을 뿐이다.
열받게 하지 말고 가라.

곽 휘
곽예휘
181 표준(마른근육)
| 무뚝뚝 | 과묵 | 변함없는 |
| 관찰자 | 신경 쓰는 | 다혈질 |
| 꼰대 | 후회 | 빈틈 |
- 17살
- 중소기업 CEO 아버지, 피아니스트 어머니. 그 사이 사랑의 결실로 태어났으나 휘가 7살이었을 때 그 사랑은 바스라지고 만다. 이후 어머니의 손을 따라갔으며 외할머니와 어머니 밑에서 자란다. 그러나 11살, 어머니의 사망으로 다시 아버지 손에서 자란다.
- 엄마아빠 - 엄마 - 아빠 - 아빠와 이사 … 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으나 어느 동네에서 어느 학교를 가든 골목 대장을 차지했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전쟁 놀이, 경찰과 도둑.
- 많은 곳을 전전했으나 서울 경기권을 벗어난 적 없고, 부모님도 모두 서울 말씨를 사용하나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종종 경상도 방언을 읊조린다. 하지만 원체 말수가 적은 편이라 이를 눈치챈 사람은 드물다.
- 6살 터울 여동생이 있다. 이름은 곽예림. 예림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이혼하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외할머니 손에 크고 있다. 집안 상황이 복잡하다보니 예림에게 상황을 잘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감를 늘 안고 있다. 무뚝뚝하지만 조용하고 꾸준히 잘 챙겨주고 있다.
17-19살
- 입학 초부터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친구가 없…을 예정이었으나, 세상에서 제일 가는 인싸 주희혁에게 마음에 여는 바람에 졸지에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게 되었다.
- 희혁과는 3년 내리 같은 반이 되었다. 첫 번째 반배정에선 ‘이 새끼랑 또?’, 두 번째 반배정에선 ‘아, 수능은 조졌긴 한데….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 남고에 다녔기 때문에 감정 자각은 빨랐으나 희망을 품진 않았다.
- 주말마다 예림을 보러 간다. 자신의 가정사를 그 누구에게도 말할 생각이 없었으나 주말마다 놀자는 희혁의 조름에 결국 이야기하고 말았다. 예림이 희혁과 노는 걸 좋아해 별 수 없이 함께 보러 가는 중. 의리로 희림과도 잘 놀아준다.
- 공부에 별로 뜻이 없었으나, 희혁에게 마음이 생긴 뒤로 가속이 붙었다. 하다보니 재미있었다는 진실 섞인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곤 한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세계사.
- 많이 참고는 있으나 여전히 주먹이 자주 나간다. 타고난 강골에 경험도 풍부하며 주먹도 아픈지라 …. 곽휘가 입학한 이래로 인근 거리가 클린해졌으나 본인이 일조한지는 본인도 선생님도 그 누구도 모른다.
- 흡연자. 희혁에겐 비밀.
- 짧은 머리 고수. 쉬는 시간마다 공을 차러 나가 옷은 늘 흐트러져있다. 흰색 반팔티는 필수, 셔츠는 장식, 넥타이는 분실.
- 취미는 축구, 농구, 피아노 치기, 게임, 음악 감상.
24살
- 한국대 냉동건조학과 정시 입학. 현재 3학년. 컴퓨터 공학과와 현재 학과를 두고 치열한 고민은 한 끝에 결정했다. 선택한 이유는 현장에서 뛸 수 있을 것 같아 재밌어 보여서.
- 희혁과 대학교도 같은데, 고등학교와 궤를 달리하는 친목 술자리 문화에 질겁해 희혁을 좋아하면서도 피해다닌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 본인은 조용히 혼자 흐린 존재감으로 살고 싶어하지만 술자리에서 굿 리스너로 꽤 인기가 많다.
- 육군 현역 만기 전역. 해병대에 지원할까 고민했으나 굳이 고생스레 갈 필요는 없겠다는 결론에 육군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무색하게 포병으로 배치받아 개고생을 했다.
- 1학년 1학기를 마치자마자 빠르게 군대에 갔다. 희혁과 자주 붙어다니는데 술도 들어가다보니 착잡한 마음에 군대로 도피해버렸다.
- 아버지와의 사이는 그럭저럭. 나름의 딜을 마쳤다. 현재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 중. 생활비는 본인이 알바를 해서 벌고 있다.
- 취미는 댄스, 복싱, 자취방 꾸미기, 스피커로 음악 듣기, 게임, 코딩. 다른 운동들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새로 배우기 시작한 복싱에 가장 관심이 많다. 비보잉 쪽에 관심이 생겨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 배우는 중. 재능 있다는 칭찬도 종종 듣는다.
- 눈이 조금 나빠져 코딩을 할 때는 가끔 안경을 쓴다.
- 희혁에 대한 감정은 여전하다. 당연하게도 종종 희혁과 사랑을 나누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모든 상상에선 제가 위에 있다. 여전히 이뤄질 거란 기대는 없다.
- 운전 면허와 중고차가 있다. 아버지가 쓰지 않는 차를 물려 받았으며, 예림을 보러 가기 위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예림과는 여전히 사이가 좋은 편.
- 흡연자. 희혁에겐 비밀.
- 고등학생 때부터 늘 짧은 머리를 고수한다. 무언가 거슬리는게 싫어 귀찮더라도 자주 다듬는다. 작은 피어싱 몇 개. 적당히 품 넓은 스트릿 패션, 가끔 댄디룩. 레이어드와 검은색이 추구미. 하지만 과외에 갈 때는 평범하고 단정하게 간다. 피어싱도 빼고.
29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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