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서우
2026. 3. 24.

 

“구성원 하나가 실종된 가족의 심정인거죠. 죽은 게 아니라 사라져버린. 혹시 ⋯ ⋯.”

 

목소리가 점멸한다. 이어지는 말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지금 여기는 영화 <은하>의 대본리딩 현장이며 나는 실종된 부모님을 찾아다니는 회사원 역할이다. 그리고 눈 앞의 프로듀서는 시나리오에 사족을 덧붙이고자 설명을 시작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

그래.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그 심정을 잘 이해한다. 

 

“ …니까 … 처음에는 아마 …… ”

“ …….”

 

그 사람도 아마 처음에는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오다가 길을 잃었겠거니 하염없이 짐작하고 모르는 사람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헛생각을 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이성과 사고라면 끔찍한 결말만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면 구성원 중 누군가 결국 경찰 이야기를 꺼낸다.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지만 보통 종착지는 공권력에게 닿는다.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가출입니다, 그 나이대에는 으레 그럽니다, 와 같은 종류의 것이고. 이 즈음에서 우리의 무엇이 그 애를 집 밖에 나서게 만들었을까 되돌아보며 후회한다. 우리 애가 그럴리 없다고 하는 사람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사랑을 나누어주었던 복 받은 사람일테니 멋지다는 감탄을 보내주면 된다. 좋아하진 않겠지만. 이런 의미 없는 감정 공방이 오가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하나다. 그 애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그제사 경찰은 이상함을 감지한다. 납치니, 실족이니, 무엇이니 ⋯. 여러가지 방도를 찾아보지만 이미 늦었다. 그 때부터는 언어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 어떤 단어를 가져다 붙여도 마음 속 응어리가 온 혈관을 가로막아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이성적 사고란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 상태로 기다린다. 또 기다린다. 그 즈음에선 사망 확률을 높게 점치는데 그것을 수용하느냐 하지 않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모두가 똑같이 기다린다. 왜냐하면 우리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까. 언제 그 애가 돌아올지 알 수 없으니까. 그러면 누군가 이야기를 꺼낸다. 차라리 부고가 들려오는게 나을 것 같다고.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한함 속 무력감임을 그 때쯤 알 수 있다.

 

“ ……래서 실종인거죠.”

 

실종.

그렇다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너를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오지 않는 널 원망해야 할까. 너를 잊고 살아야 할까. 지금의 너를 상상해야 할까? 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처음에는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고, 지나서는 다시 돌아가도 같았으리라 내 자신의 저열함을 인정하게 되었으며, 그 다음에 와서는 네게 부끄럽지 않으려 ⋯, 아니 그냥 무엇인지 모를 원동력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 나는 너를 사랑했던가? 나는 너를 아꼈던가? 아니라면 너의 응원을 사랑했던가, 네가 주었던 사랑을 사랑했던가. 그 형태가 무엇이든 너는 내게 빈자리를 남겼다. 그 또한 사랑의 빈자리인지 내게 있을 줄 몰랐던 가족애일지 알 수 없다. 무언갈 흉내내어 살고 싶었던 나와 다르게 세상을 바꾸었던 네가 그립지는 않다. 그저 궁금할 뿐이다. 나는 보지 못한 너의 미래가.

 

나는 이제 바쁘게 일상을 살아간다. 하여 네가 사라진 날도 제 때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가뜩이나 삶이 바쁜데 내 달력은 죽음의 흔적으로 가득찼고 적지 않은 시간을 망자를 애도하는데 할애한다. 너는 망자亡者인가 망자忘者인가. 그것은 너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달려있을까. 그 또한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네 생의 끝이 아닌 시작을 기억하며 축하하는 것 뿐이다. 네 생일의 끝에서 1분이 흘러 내가 태어난 날이 되면 잠시나마 우리가 등을 맞댔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 역시 홀로 남은 이의 외로움에서 생긴 애틋함일까.

나는 너와 같은 마음으로 너를 마주보아야 할까.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두 사람의 숨을 붙여두었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딱히 너를 생각해 그런 것도 아니었으며 그들을 가족으로 여겨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얄팍한 책임감과 알량한 도덕심. 구태여 생각하자면 그런 것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은 ⋯. 너를 향한 마음을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하나,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내가 가족으로 여긴 사람은 오로지 너 뿐이라는 것만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너의 시작을 축복하겠다면서도 나는 그 근원을 그토록 미워했다. 생의 시작은 곧 사의 저주이기도 하니 나는 그게 싫었나보다. 어차피 끝이 없는 일을 다시 처음부터 되짚어 무엇하겠나 싶어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나의 ■■까지 ■■고, ⋯⋯. 내가 다시 ■■■ ■■ ■■은, 

 

“⋯⋯서우 씨? 차서우씨?”

 

 

 

❝ 네에,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가 조금 아파서 ⋯⋯. 잠깐 쉬었다 가도 될까요? 

 

 

 

차서우

친절 다정 너스레 농담 섬세 감성 서정

 

 

'o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찬란  (0) 2025.08.23
myoskin